스타트업 적응기 #24 – 무모한 도전의 종료

나름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어줍지 않게 주변 동료들보다 깨어 있다고 생각했고, 비록 몸은 대기업에 있지만 스타트업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직접하면 남들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습니다.

과거에 주로 ‘연구소’ 조직에 있다보니 사업조직에서 벌어온 돈의 일부를 예산으로 할당받아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아름답게 사용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는데, 막상 생존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을 만나니 어쩔줄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었고 경험이나 역량에 비해서 과도한 책임과 권한은 오히려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주어진 스타트업 2년여간의 경험은 과거 10여년동안 배웠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이제는 회사와 나 자신을 위해서 떠나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느꼈고 스타트업 초보 CTO로서 도전을 멈추고자 합니다.

도전을 멈추면서 스타트업 경험에 대한 스스로의 회고를 해보면..

초기에 BM 얘기를 들으면서 ‘이건 성공을 못할 수 없어!’라는 자신감이 들었던 나머지 비록 지분 1도 없지만 연봉까지 깎아가면서 합류했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다이소’라는 거물급 브랜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에 후속 영업 브랜드가 ‘이디야’였는데 포인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머지 결과적으로 제휴에 실패했고 그 이후 후속 전략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초기 투자금을 소진하고 Death Valley에 진입했던 것 같습니다.

이디야의 사례에서도 그랬지만 오프라인 비지니스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영업이나 제휴를 가면 언제나 잡상인 취급 받기 일쑤였고 그나마 다이소 브랜드 덕분에 여러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역시 시장에 대한 무지로 인해서 그 기회를 번번히 놓쳤습니다.

투자금 소진 이후에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이소로부터 운영비를 받기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실패하는 그 길이고 독배임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서 마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운영비를 받기 시작하면서 회사 리소스의 대부분을 ‘갑’님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투입하다보니 1년이 지나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개선이나 상품을 개발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자금 운영이 안정화된 이후에 유능한 분들이 합류했지만 서비스 히스토리와 레거시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류하시는 분들마다 새로운 혁신적인 시도를 하려다보니 번번히 걸림돌이 되었고 맥락을 동기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한시가 바쁜 와중에 내부 정리를 하느라 앞으로 나가지 못했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회사에서는 1년 단위로 사업계획과 성과를 체크하다보니 그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과 정작 시장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로 그나마 남은 리소스도 분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는 각기 업무가 세분화되어 전문성을 가지고 대응하는데 반해서 그 역량을 모두 갖추지 못한 작은 조직에서는 기존 멤버들이 그 업무를 나눠서 처리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미숙함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악순환도 불가피 했습니다.

스타트업에 관한 성공/실패 스토리를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그 스토리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그 중 하나가 대기업 출신들이 스타트업에 합류하거나 만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었는데 막상 경험해보고나니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행사나 주변 소개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성공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분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 뭐라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요소였지만 그 중 하나는 바닥을 박박 기어서 시장을 배우고 개척해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저나 포인트웰은 대기업에서 했던 방식대로 우아하게 그림을 그릴 줄만 알았지 시장을 박박 길 준비는 안되어 있었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포인트웰에 합류할때 박박 기어서 시장을 찾는다는 생각보다 과거 회사들에서 경험했던 답답했던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던 것도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회사들에서는 ‘답’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 답을 선택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였고 만약 제가 조직에서 그 권한을 가진다면 ‘상식’이 통하는 의사결정을 하리라 다짐했지만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막상 저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떤 작은 스타트업이 직원을 채용할때 만장일치제를 선택했다고 해서 참 바보같은 선택이라고 비웃었지만 지나고나니 그 선택이 옳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조직에서 한사람 한사람의 비중이 큰 만큼 그 사람의 성향이 조직 자체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조직을 통채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20여년 조금 안되는 회사 생활 동안 꿈꿨던 이상적인 조직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데 오로지 욕심으로만 시도했던 무도한 도전도 마치려고 합니다.

퇴사를 결정한 후에 팀원 한명이 묻더라구요.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으세요?’

정말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고 제 능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23 – 성장통

한동안 잠잠했었습니다.

데스밸리 지나고나서, 서비스 매출은 아니지만 생존하기 위한 외주 프로젝트처럼 관계사의 업무를 대행하면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다보니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일보다 다른 일들이 바빠서 시간이 쏜살 같이 지나갔습니다. 아무래도 재무적으로 안정되다보니 당장 필요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할 수 있었고 어느덧 회사 규모도 꽤 커졌습니다.

예전에 스타트업에서 가장 빨리 해고해야 할 직원은 초기 멤버입니다 라는 글을 읽었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런 저런 밋업을 쫓아다니다보니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초기 과정은 아주 판박이처럼 똑같았습니다. 뒤돌아보니 저희도 다른 스타트업들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해서 오늘에 이르렀더군요. 뭐 직접적인 해고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멤버 중에서는 대부분이 다 퇴사한 상태이고 현재 구성원들은 2기 멤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제목은 Financing이지만 스타트업의 흥망성쇄 그래프로 해석해도…

현시점에서 제가 궁금한 점은 지난 시행착오가 똑같았던 만큼 앞으로 발생하는 현상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을 했는데, 공개된 자료로는 초기에 실패했던 스토리 또는 성공한 이후에 결과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회사가 재무적 안정성에 기반한 인력 확충으로 성장기를 겪는 와중에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직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록을 해봅니다.

성장기에 새로운 인력이 확충되면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신규로 합류한 멤버의 의욕과 기존 서비스의 레거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꾸냐 하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의욕을 가지고 합류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서 이런 저런 제안을 하는데 실제로 제가 해줄 수 있는 대부분의 말은.. ‘안돼요’, ‘해봤어요’, ‘못해요’ 였었습니다.

큰 회사처럼 입사 후 몇개월간 OJT를 하고 소프트랜딩을 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을 충원하는 시점이 버티고 버티다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이다 보니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충돌이 발생하고 신규 멤버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결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실패할게 뻔하고 시간 낭비가 명백한 레거시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가만히 지켜보기도 어려운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고, 만약 제가 마음의 여유가 있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시간을 가지고 설득하고 알려주고 작은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도록 했을 것 같은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생존을 위해서 할 수 밖에 없는 관계사 업무에 치이고 그 와중에 독자 서비스를 진화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다보니 작은 실패나 시행착오에 마음이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원을 충원했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못했던 시도를 더 하다보면 일은 더 많이 늘어나고 모든 사람들이 일에 치여서 살다보면 초심을 잃고 예민해질 수 밖에 없고 구성원들간의 충돌이 잦아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충원하는 과정에서 인맥으로 사람을 찾다보면 사실이던 아니던 합류 이후에 소위 친분에 의한 라인이나 파벌로 의심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고 라인과 파벌을 막으려고 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현실로 인정하고 문제를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지금 회사에 합류할때 나름 꿈과 희망이 있었는데 데스밸리를 지나면서 생존이 절박해졌고 그 와중에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다보니 어느 순간 초심을 잃었다는 것을 깨닳았습니다.

지금 겪는 문제가 정말로 ‘성장통’이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22 – 리얼 버라이어티 리모트워크 1박 2일 부산행

조직 멘탈이 무너질만한 프로젝트를 어렵게 어렵게 진행하기도 했고,
여차저차 서로 바빠서 쌓인 것들을 풀어줄 필요도 있겠다 싶었고,
조직의 성장과정에서 팀이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오히려 변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필요했고,
시간과 공간에 얶매이지 않고 일하는 경험도 필요해 보여서 조금 무모하지만 1박 2일 간의 개발팀 ‘부산행’을 밀어 붙였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리모트워크 ‘1박2일 부산행’을 해보니 개발자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존 경직된 문화에서 십수년간 일을 했던 친구들에게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노는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일하면서도 노는 것 같은 분위기가 참 좋게 느껴졌었던 것 같습니다.

개발팀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는 사이에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개발자가 아닌 다른 직무의 직원들에게 이번 이벤트 주제인 ‘리모트워크’가 무엇이며 상호간에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게 참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출장’ 이냐 ‘워크샵’이냐의 카테고리로 접근하다 보니 두가지 카테고리 모두 ‘리모트워크’를 설명하기에 좋은 개념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출장 겸 워크샵’으로 커뮤티케이션 하다 보니 리모트워크 기간에 협업은 멈추어져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커뮤니케이션에 불편함이 없도록 온라인툴을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막상 리모트워크가 실행되니 커뮤니케이션툴로는 ‘언제와?’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이 전부였고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회사 구성원들이 온라인으로 일하기보다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다는 것을 깨닳는 계기가 되었고, 쉽게 생각해서 일단 저질러본 이틀간의 리모트워크 경험을 통해서 그 동안 몰랐었던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숙제를 추가로 받은 느낌입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21 – 해봐야지만 아는 것들

예전에 고어쿤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읽은 ‘직관’이라는 글을 본 이후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는데,

‘해봤다고’ 반드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안 해본 사람’은 죽었다 깨도 모르는 게 있다.
바로 그 분야에 대한 ‘직관’이다.

예전에 읽을 때는 “나는 직접 해봤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다 아는데 회사의 보스나 주변에서 잘난체 하는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아는척 하는 것에 대해서 공격할 때 사용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막상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실제 겪어보지도 않고 겪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 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스타트 업은 아니었지만 스타트업처럼 일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히 있으니 꿈과 희망을 가지고 합류해서 마냥 행복할 줄 알았고 초기 시드머니가 있을때 전반적으로 행복하게 희희락락하며 시간 보내다가 말로만 듣던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직접 겪어보고 극적으로 조직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반성을 참 많이 했습니다.

지금 회사에 합류하고 시행착오를 겪던 모든 것들이 막상 겪을땐 몰랐는데 겪고 나니 “아! 이게 그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스밸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만약 그 시점이 데스밸리였다고 인지했다면 내가 극복할 수 있을까? 조직을 정상화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두려움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고나니 그게 데스밸리였고 그 순간에 나름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때 제가 그 늪에서 빠져나와 있었고 그것이 데스밸리였다는 것을 알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데스밸리를 지나고 조직이 정상화된 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에 합류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쟁쟁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말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밑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툭 던졌는데 근 1년만에 그 분이 다른 이유로 그 대기업을 퇴사하고 주변의 많은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이번주부터 우리 회사에 합류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다른 분에게 우리 회사 합류를 물어보면 어떻겠냐고 그 분과 가까운 지인에게 물어봤을때, IT 업계에서 떠나서 자영업을 하시기 때문에 합류가 불가능할 거라는 답변을 받아서 아예 말도 안꺼내고 있었는데 그 분도 최근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영업을 접으신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를 설득해서 5월 1일부터 합류하시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이러한 말도 안되는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성공하신 분들이 ‘운이 따라줬다’라고 말씀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훗날 우리 회사가 성공했을때 누가 우리 회사의 성공 요인을 묻는다면 거창한 전략이나 디테일 대신에 ‘운’이 따라줬을 뿐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환경이 따라주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저는 스타트업의 일개 직원일 뿐인데도 이런데,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시는 많은 사장님들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 상황이 좋아져서 같이 일할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주변에 좋은 분들 있으면 추천 환영합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20 – 초보CTO

기회가 있을때 마다 여러번 이야기 하기는 했는데,

기존 회사에서 뭔가 잘해보려고 하면 항상 윗선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그나마도 설득하는데 실패하는게 태반이라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더 많은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 계속 조직내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생각했었고,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주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뭔가 성과를 내고 싶었었지만 결국 조직내에서 나쁜 놈으로 찍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지금 회사에 합류하면서 주변으로부터 한심한 놈으로 취급받는 가장 큰 이유가 위험한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연봉 삭감과 지분조차 전혀 받지 않는 선택을 한 부분입니다. 물론 연봉을 워낙 크게 삭감하다보니 기존 씀씀이를 줄이는데 꽤 오랜 기간을 보내서 그나마 적응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내가 쏠께!’ 이런 말을 함부로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회사에서 연봉이나 지분 대신에 ‘권한‘을 가지는 것을 원했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원하던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항상 설득에 실패하던 그 ‘윗선‘이 바로 저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혼란스러웠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항상 저에게 불가능한 것만 요청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도 억울해 죽겠는데 저를 비난하는 것도 참기 어려웠었습니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결해주기 위해서 동분서주 했고 안되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요즘에 느끼는 것은 제가 너무 어설펐다는 것입니다. 무리한 요청을 하는 동료들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할 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고 그게 ‘윗선’인 ‘저’였는데 그것을 깨닳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회사인데 일은 차고 넘쳐서 그 일을 조직 역량에 맞춰서 조절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모든 문제가 급하고 모든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일을 잘 쪼개서 동시에 진행해보려고 욕심을 내기도 했는데 직원들 멘탈만 힘들어지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었습니다. 이후 매주 초에 또는 스프린트 시작 시점에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나머지 업무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자 했지만 외부 상황에 민감한 작은 조직에게는 버퍼조차 없어서 원칙을 지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조직의 생산성 관련해서 어느 순간 문득 깨닳은 사실은 생산성의 가장 큰 적이 ‘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문득문득 물어보는 것들.. 외부 요청사항으로 간간히 진행하는 작은 일들.. 욕심을 부려서 조금 더 해보고 싶은 것들.. 이런 작은 것들로 인해서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계속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요즘도 동료들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처음이다보니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이 글을 동료들이 보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스타트업 적응기 #19 – 존버정신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글이 작년 9월이니 4개월이 흘렀네요.

십수년을 안정된 큰 규모의 회사만 다니다가 난생 처음 신생 조직에 합류해서 느끼는 우당탕탕 하는 경험을 여과 없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주로 안좋은 얘기들을 많이 쓰다보니 조용한 기간동안 회사가 망한 줄로 알고 계신 분들도 일부 있으셨고 요즘 왜 글을 안쓰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지난 9월에 사업을 담당하시는 상무님이 새로 합류하셨고, 비슷한 시기에 조직을 떠난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아니었지만 불안정한 자금사정과 불투명한 사업 환경이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원인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조직에는 최소한의 사람만 남았습니다.

이 시기가 제 인생에서 힘든 기간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능력의 한계를 너무 명확하게 느꼈고 제가 무엇을 하던 백약이 무효했고 분위기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조직의 축소는 사업본부장님의 합류와 더불어 반전의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에 동의하지 않거나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직원들이 떠난 후로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 더이상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졌고, 새로 합류하신 사업본부장님의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면서 기존 실패한 사업모델을 보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면서 사업의 방향성이 더욱 명확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의 결실로 그룹사로부터 최소한의 회사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숙원사업이던 자금 문제가 해결이 되었습니다. 자금문제가 해결되고 사업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면서 회사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었고 조직의 부족한 역량을 채용을 통해서 보완하는 중입니다.

조직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망하는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급격히 안정화되면서 조직과 구성원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중이고, 사업본부장님이 합류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재기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지인 분은 그 당시에는 차라리 회사가 망하는게 맞았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솔직히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어떻게든 조직을 살려볼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좋은 기회가 다시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존버정신‘은 이외수님이 ‘존나게 버티는 정신‘라는 의미로 만드신 말인데 이 말이 스타트업에 딱맞지 않나 싶습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18 – 5명이 뛰는 축구

지금 회사에 합류한지 채 1년이 안되었는데 보통 회사 10년 다닌 것 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것 같습니다. 투자금 소진과 인력 감축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지난 이후에 조직 정상화를 위해서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비지니스의 성장 없는 조직 정상화는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막막하고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업적 외부 환경에 대한 영향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라운드가 실패 했기 때문에 실패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상’만 있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거다’ 싶은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모회사에서는 ‘사람’의 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력 감축을 요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몇달간 개발보다는 조직을 관찰하고 현상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그 원인을 추정해서 하나씩 개선해보려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정작 회사 내부 업무가 진행이 안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PM이 되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회사 업무를 하나 하나 시시콜콜하게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하나씩 챙기다보니 조직내에 어이 없는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보니 조직내 명확하지 않은 R&R이 첫번째 문제점이고 자유를 넘어서 방종 수준으로 조직 내부 규율이 망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조직 내부 규율을 정비하기 위해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정리를 시도했는데 오히려 더 강한 반발에 부딪혀서 너무나 당황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었는데 평소에 이런 저런 논의를 하던 지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 같은 깨닳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조직을 관찰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조직에 비어 있는 공간(역량)을 발견했고,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서 열심히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정작 제가 커버해야 하는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한 직원들이 그 공간을 커버하면서 정작 업무가 돌아가야 하는 역량이 비게 되었고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업무가 진행이 안되어서 제가 버럭을 하는 상황이 직원들이 느끼는 억울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주전선수 11명 외에 예비 선수를 포함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워서 각자 맡은 직무가 수행해야 하는 역량이 비는 경우가 없었는데 주전 선수 11명을 다 데리고 갈 수 없는 작은 회사에서는 2배 이상의 공간을 커버하는 역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이거나 기존 선수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2배 이상의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데 해보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기에는 현실은 너무 잔혹한 것 같습니다.

아직 행운이 남아 있는지 오늘(9/8)부로 존경하던 분이 사업담당으로 회사에 합류하시게 되었습니다. 넓은 그라운드를 메꾸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기존 조직에서 부족했던 공간을 멀티 플레이로 메꿔주실 수 있는 분이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17 – 예정된 실패

얼마전 급여 미지급 포스팅에 이어서 정리해고라는 자극적인(?) 컨텐츠를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너무 크게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성공 스토리가 난무하는 SNS상에서 완전히 다른 스타트업을 맨땅에서 체감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라 제 지인들과는 잘나갈때 스토리 뿐 아니라 자금이나 인력 감축 이슈까지도 감추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에 회사 내부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흘러나가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만…

지금 회사에 첫 개발자로 합류했을때 저빼고 사장(1), 이사(1), 회계(1), 기획(2), 영업(3), CS(2)로 인력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개발자가 한명도 없는 스타트업에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뒤늦게 합류한 처지에 기존 인력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기존 적응기에서 풀었던 스토리대로 개발을 내재화하는데 내부 개발인력이 6명이 되었고, 이후 CS 1명과 영업쪽에서 2명이 더 채용되어서 20명에 육박하는 나름 거대한 스타트업이 되었습니다.

초기에 모회사의 도움으로 이런저런 외형 수치가 좋아서 자랑도 했지만 어느 정도 외형 수치에 도달하니 모회사의 간섭으로 자발적인 사업보다는 모회사에서 요구하는 성과 목표를 맞추기에도 상당히 버거웠습니다. 그 와중에 초기 투자금이 바닥이 났고 모회사로부터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1년도 안되는 거대(?) 스타트업이 자생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또한, 나름 유능한 인력을 채용한다고 관련 분야 경력이 좀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는데 기존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을 서로 고집하다보니 충돌이 잦았고 절박함이나 헝그리정신 없이 회사원처럼 생활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CS의 경우에는 왜 3명이나 필요한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상 업무가 많은 것도 아니고 피크 시간에만 바빴고 그 외에는 게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아주 여유롭게 지냈는데 인원은 피크에 맞춰서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스타트업에서는 1명 정도의 CS 전담 직원이 있고 피크 시간에는 기획/영업/개발 가리지 않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한가한 시간에는 기획일을 돕거나 개발 산출물 테스트를 하거나 일을 공유해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그림이었는데 각 직무별로 완벽하게 구분되어 상대편 업무에 대해서 도와주지도 않고 잔소리하지도 않고 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뒤늦게 되돌아보면 개발을 포함해서 최소 10명이하로 인력을 유지하고 초기 투자금을 아껴가면서 헝그리모드로 장기적으로 버티는 그림이 당연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저도 뒤늦게 합류했다는 이유로… 개발에 전념한다는 핑계로.. 또는 사내 정치로 비춰질까 두려워서 과도한 인력이나 내부 업무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지냈었습니다.

투자금이 바닥나고 몇차례 자금지원이후에 모회사의 성과지표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니 모회사 임원이 몇달동안 조직진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잘 몰랐었습니다. 그냥 모회사 임원이 등기 이사로 추가되었고 내부 시스템에 계정이 추가된 정도라 잔소리하러 들어왔나보다 생각했는데 인사기록카드부터 계약서까지 전수 조사를 진행했고 사업 관련 직원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실상이 모회사에 적나라하게 보고되었습니다.

초기 투자금이 바닥나고 모회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요구하는 지표를 맞추기 급급하다보니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사업 방향으로 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서 추가투자에 대해서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투자라는게 상상했던 것 보다 지리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투자자가 원하는 수치 맞출 수 있다면 투자자 돈 안받고 먹고살 수 있을텐데 뭐하러 투자받겠냐?’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투자금이 완전히 바닥나면서 자본 잠식상태에 도달했고 모회사의 자금지원은 끊겼고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마침 아웃스탠딩의 기사와 맥락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뜨끔했습니다.

To be continued…

스타트업 적응기 #16 – 입개발자

정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제조사 근무 시절에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존재를 몰랐고, 그 이후 회사에서는 개발을 하기는 했지만 실무 깊숙히 관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몰라도 회사에서 일이 진행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관리 업무와 병행하다보니 코딩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행여나 시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큰 사고치지 않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수박 겉핥기 식의 개발을 계속하면서도 그 소소한 코딩으로 인해서 스스로 개발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 아웃스탠딩의 ‘입기획자’ 관련 논란이 뜨거웠을때도 저는 개발도 제대로 못하는 ‘입개발자’였기 때문에 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유명하거나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쟁점은 제쳐두고…)

지금 회사에서는 Android 개발이 저 혼자이기 때문에 관리 업무와 대외 협력 업무가 있어도 누구를 시킬 수도 없고 온전히 제가 해야 하는 몫으로 남아 있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현업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처음 겪어보는 100만 다운로드 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별별 희안한 Crash report를 비롯해서 사용성 개선과 MAU, Retention 개선을 위한 작업을 주변 도움없이 시간을 쪼개서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그럭저럭 해왔는데 큰 산을 몇번 넘고나서 여유가 생기니 사업에 끌려가는 개발이 아닌 선순환을 돌 수 있는 개발 역량 확보가 절실했습니다.

매일매일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맞추다 보니 ‘그로스해킹’이라는 거창한 용어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데이터분석’ 같은 남들이 다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활동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회사의 현실입니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데이터 분석이나 Google Analytics 관련 서적을 봐도 Web 위주라 Mobile 서비스 위주로 운영하는 우리 회사에서는 써먹을 수 없는 내용에 아무리 읽어봐도 도통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참 막막했습니다.

일례로, 최초 앱 설치 후 가입 절차에 문제가 있어 보여서 나름 개선한다고 개선했는데, GA의 어디를 봐야 정량적인 수치로 개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특정 지표를 모니터링 하고 싶은데 단말에서 어떻게 코드를 추가해야 보고 싶은 형식으로 데이터가 노출되는지도 참 막막했습니다.

이번에 이런 저런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Google Analytics는 Web에 관련된 내용만 있고 Mobile에 관련 내용은 거의 없을 뿐더러 그나마 검색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도 GA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무용지물인 것이 많았습니다.

이래저래 척박한 상황에서 진퇴양난일때 답답한 마음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서하연’대표님께서 흔쾌히 손을 내밀어 주셔서 오늘(5/24) 처음으로 제대로된 데이터 분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서하연대표님께 배우는 내용을 허접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길까 합니다.

스타트업 적응기 #15 – 회고

어찌어찌 우당탕탕 좌충우돌 하다보니 스타트업에 합류하고 서비스 오픈한지 6개월하고 3일이 지났네요.. 스타트업 합류 초기에 이런 저런 새로운 경험들로 인해서 라이프로그를 남길 적절한 곳을 못찾다가 설마 페북은 안망하겠지 싶어서 뜨문 뜨문 글을 올렸는데 오다가다 만났을 때 관심 가지고 읽어보시고 반응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일종의 묘한 의무감 같은게 들고 추가로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6개월 스페셜 요약본으로 회고를 할까 합니다.

보통 스타트업 관련 글은 성공 스토리, 좋은 내용만을 쓰다보니 제가 이야기하는 경험에 기반한 적나라한 글은 같이 고생하시는 분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고, 일종의 환상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스토리가 재미있으셨나봅니다. 다만, 저는 내부의 이야기를 제 관점에서 가감없이(자극적으로?) 이야기 하다 보니 글 내용이 돌고 돌아서 당사자에게 들어갈까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원래 까칠한 넘이니 그러려니 하겠죠..

거두절미하고 6개월의 경험을 스페셜 버전으로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팀빌딩은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중요하다.
  •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 계약서는 반드시 써라. (근로계약서 말고..)
  • 오프라인 비지니스는 특히 더 어렵다.
  •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거나 플랜B가 없으면 기업 돈은 받으면 안된다.
  • 페이스북에 떠도는 좋은 말들은 정말로 좋은 말이다. 다만 내가 느끼면 이미 때가 늦는다.

팀 빌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다

사실 이야기 하나 마나 한 뻔한 내용입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는 회사에 합류하자 마자 외형 지표가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라 저 조차도 팀빌딩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고, 뒤에 합류한 사람이 설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기 싫어서 정말로 한참을 쥐죽은 듯이 조용히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외형 지표 성장이 익숙해지고 사업 환경의 변화로 조직이 흔들리니 취약한 팀빌딩이 회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동하고야 말았습니다. 아직 진행중인 사안이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재산이고 순전히 사람으로만 돌아가는 스타트업에게는 아주 작은 팀빌딩의 균열이 큰 문제로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를 써라

근로계약서 같은 계약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스타트업이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이유를 경영진 및 구성원들과 명확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굳이 계약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명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 지금 회사에 연봉이 무지막지하게 깎이면서도 지분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이 합류했는데, 그 이유는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에서 조직 문화의 유리벽, 경영진의 DNA 문제, … 등등 너무 많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그러한 제약 사항 없이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지 입사하고서도 한참 동안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깨닳았고, 하필 그 계기가 제가 이 회사에 합류한 단 하나의 이유가 무참히 깨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저도 크게 반성을 하고 저와 같이 일하기로 마음먹은 개발팀 동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 비지니스는 특히 더 어렵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권도균대표님 페북글(https://goo.gl/TG4zwJ)에서 더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오프라인 비지니스가 주먹구구식이라 온라인의 기술을 접목하면 당연히 잘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오프라인을 경험하니 바닥부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일을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볼때는 쉬운 문제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들이 그렇게 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고 그 근간에는 법적인 규제도 있고 업계 관행이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저희 회사는 ‘다이소’라는 브랜드가 있는 회사의 계열사이기 때문에 좀더 큰 사업 기회를 엿보느라 파트너사들이 협조적으로 이것저것 차근차근 알려주는데, 만약 저희가 아무것도 없는 진짜 듣보잡 스타트업이었다면 몇년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서 직접 겪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이소라는 브랜드와 200만이라는 회원을 가지고 있으니 오프라인에서 기회를 엿보던 파트너사들과 제휴 협상을 상당히 많이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들이 사실은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이고 소위 ‘책에서 배웠어요’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할 엄청난 내공을 느끼게 됩니다.

소위 O2O라고 Online이 Offline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바닥을 철저하게 이해하거나 그들의 바닥을 이해하는 파트너사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장에 먼저 진입했던 업체들이 해왔던 소위 ‘선도적 망치기’ 덕분에 온라인 업체에 대한 불신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사업 환경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업 돈은 받으면 안된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다이소’가 속해있는 한웰그룹이라는 지주회사가 사업 초기에 투자를 해서 재무재표상으로는 계열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룹사가 오프라인 회사이다보니 오프라인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제휴에 있어서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그룹사 후광으로 인한 기대심리로 인해서 제휴나 사업 기회가 참 다양하게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고유의 DNA가 존재하고 돈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그들이 익숙한 문화를 심으려고 하거나 기존 기업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수익을 내기 전에 회원을 모으고 제휴사를 묶어서 그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가치가 선순환하도록 사업 구조를 설정해야 하려면 ‘돈’외에 ‘시간’이라는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데,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특히나 나름 그들의 세상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주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했다는 이유로 요구하는 것들이 사업의 핵심 모델을 깨뜨리는 것이 명확한데 무작정 저항할 수 많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 기업으로부터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싶어해서 당시 프라이머 이택경사장님을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말씀하신 것이 스타트업은 기업 돈을 받지 않으니, 돈 대신에 스타트업에 부족한 기술이나 인력에 대해서 현물투자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이유였었나보다 싶었습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전혀 새로운 상황도 아니고 페이스북에 떠돌던 좋은 글에서 읽었던 내용들인데 경험하고 나서야 이런 이야기구나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