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회사에 합류한지 채 1년이 안되었는데 보통 회사 10년 다닌 것 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것 같습니다. 투자금 소진과 인력 감축이라는 최악의 시기를 지난 이후에 조직 정상화를 위해서 이런 저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비지니스의 성장 없는 조직 정상화는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막막하고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업적 외부 환경에 대한 영향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라운드가 실패 했기 때문에 실패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상’만 있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거다’ 싶은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모회사에서는 ‘사람’의 문제로 생각했기 때문에 인력 감축을 요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몇달간 개발보다는 조직을 관찰하고 현상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그 원인을 추정해서 하나씩 개선해보려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정작 회사 내부 업무가 진행이 안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PM이 되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회사 업무를 하나 하나 시시콜콜하게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하나씩 챙기다보니 조직내에 어이 없는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보니 조직내 명확하지 않은 R&R이 첫번째 문제점이고 자유를 넘어서 방종 수준으로 조직 내부 규율이 망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조직 내부 규율을 정비하기 위해서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정리를 시도했는데 오히려 더 강한 반발에 부딪혀서 너무나 당황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었는데 평소에 이런 저런 논의를 하던 지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것 같은 깨닳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조직을 관찰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조직에 비어 있는 공간(역량)을 발견했고,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서 열심히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정작 제가 커버해야 하는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한 직원들이 그 공간을 커버하면서 정작 업무가 돌아가야 하는 역량이 비게 되었고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업무가 진행이 안되어서 제가 버럭을 하는 상황이 직원들이 느끼는 억울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주전선수 11명 외에 예비 선수를 포함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꺼워서 각자 맡은 직무가 수행해야 하는 역량이 비는 경우가 없었는데 주전 선수 11명을 다 데리고 갈 수 없는 작은 회사에서는 2배 이상의 공간을 커버하는 역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이거나 기존 선수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2배 이상의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데 해보지 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기에는 현실은 너무 잔혹한 것 같습니다.
아직 행운이 남아 있는지 오늘(9/8)부로 존경하던 분이 사업담당으로 회사에 합류하시게 되었습니다. 넓은 그라운드를 메꾸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기존 조직에서 부족했던 공간을 멀티 플레이로 메꿔주실 수 있는 분이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