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글이 작년 9월이니 4개월이 흘렀네요.
십수년을 안정된 큰 규모의 회사만 다니다가 난생 처음 신생 조직에 합류해서 느끼는 우당탕탕 하는 경험을 여과 없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주로 안좋은 얘기들을 많이 쓰다보니 조용한 기간동안 회사가 망한 줄로 알고 계신 분들도 일부 있으셨고 요즘 왜 글을 안쓰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지난 9월에 사업을 담당하시는 상무님이 새로 합류하셨고, 비슷한 시기에 조직을 떠난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아니었지만 불안정한 자금사정과 불투명한 사업 환경이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원인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조직에는 최소한의 사람만 남았습니다.
이 시기가 제 인생에서 힘든 기간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능력의 한계를 너무 명확하게 느꼈고 제가 무엇을 하던 백약이 무효했고 분위기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겪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조직의 축소는 사업본부장님의 합류와 더불어 반전의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에 동의하지 않거나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직원들이 떠난 후로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 더이상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졌고, 새로 합류하신 사업본부장님의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가면서 기존 실패한 사업모델을 보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면서 사업의 방향성이 더욱 명확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의 결실로 그룹사로부터 최소한의 회사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숙원사업이던 자금 문제가 해결이 되었습니다. 자금문제가 해결되고 사업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면서 회사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었고 조직의 부족한 역량을 채용을 통해서 보완하는 중입니다.
조직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망하는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급격히 안정화되면서 조직과 구성원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중이고, 사업본부장님이 합류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재기는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본 지인 분은 그 당시에는 차라리 회사가 망하는게 맞았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솔직히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어떻게든 조직을 살려볼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좋은 기회가 다시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존버정신‘은 이외수님이 ‘존나게 버티는 정신‘라는 의미로 만드신 말인데 이 말이 스타트업에 딱맞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