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저희 회사 개발 팀빌딩 관련해서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는 분들이 몇분 계셨었습니다. 개발자가 씨가 말랐다는 채용 시장에서 서버 개발자를 3명이나 확보하고 Android, iOS, Front-End Web 개발자까지 총 6명(저 포함)의 개발팀을 구성했다는 것이 많이 신기하셨던 듯 싶습니다.
당시에는 팀 빌딩이 제 능력이라고 농담 삼아서 이야기 했지만 개발자 구인에 어려움이 있는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실까 해서 아침 영어학원 빼먹고 회사에 조금 일찍 출근해서 제가 요즘 겪는 경험을 두서없이 풀어볼까 합니다.
잘나가는 회사들이야 굳이 높은 연봉이 아니더라도 회사 브랜드 또는 근무하는 연옌급 개발자만으로도 개발자들이 앞다퉈서 지원하니 서류 전형이니 코딩 테스트니 하는 채용 절차에서부터 ‘구글은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가‘같은 고차원적인 채용 철학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고 때로는 이런저런 조건들을 까다롭게 검토하면서 조직에 딱맞는 동료를 찾지만,
우리 회사 같이 돈도 없고 알려지지 않은 듣보잡은 어디서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회사 개발팀 셋업 시기에 일찌감치 SI 출신 개발자를 채용했습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SI 출신 개발자와 계약직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을 너무 잘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했더니 막상 정규직으로 채용한 이후에는 업무 스타일 차이로 인해서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던터라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SI 개발자와 계약직으로 업무를 진행할때는 계약에 명시된 명확한 업무를 할당하고 혹시나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꼼꼼하게 점검하기 때문에 대부분 결과물에 만족을 했었는데, 정규직으로 채용한 이후에는 미션만 주고 알아서 스스로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더니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이런 저런 업무 스타일 차이로 충돌이 잦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서 이왕이면 서비스를 경험해본 개발자 또는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개발자 또는 영혼에 기스가 없어서 해맑은 개발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현실은 “Java 2명이요~” 였습니다. (진짜로 Java 개발자 2명이 가장 처음에 합류했….)
결과론적으로 서비스 초기에 합류한 개발자들이 너무 일을 잘해줘서 서비스 안정화를 비롯해서 외주 개발로 인해서 확장이 불가능했던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적 확장을 위해서 땜질하는 등 지난 몇개월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요즘에 와서 느끼는 것인데 ‘만약 SI 출신 개발자가 아니었다면 지금 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결과론적으로 쉽지 않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서버 개발자 면접(?)시에 회사 사업에 대한 브리핑과 개발 진행 상태 등 합류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공유했는데, 서버 개발자 입장에서는 워낙 많이 겪어본 일이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많이 경험해보기도 했던 일이기도 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SI 출신 개발자와 일하는 것이 절대 녹록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면접시에 앞으로는 SI 처럼 일하면 안되고 소위 말하는 ‘정신개조’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고 본인도 수긍했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트라우마로 인한 스트레스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서비스에서 사업적 판단에 의해서 계획이 자주 바뀌고, 개발 측면에서 Rework이 잦아지고 일정도 빠듯한데 이 모든 상황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듯 했습니다.
물론 이 상황이 스트레스인 점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사용 가능한 설계를 하고 일정에 맞춰서 차근차근 완성이 되고 최초 약속한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기면 이슈가 되어서 일정 협상이나 개발 공수 협상을 하던 것이 몸에 배어 있고 일정을 지키지 못했을때 ‘갑’으로부터 받는 불이익이 두려워서 어떻게든지 무조건 맞춰야 하는 강박관념 비슷한 면이 종종 표출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이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SI 업계가 개발자를 수급할 수 있는 마지막 블루오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SI 업계에서 개발자를 빼와서 개발자 씨를 마르게 해야 돈만 주면 쉽게 구할 수 있는게 개발자라는 업계 마인드를 바꾸고 SI 개발자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카카오, 라인, 네이버 같이 공룡들이 지배하는 채용하는 시장에 들어가지 마시고, SI 업계에서 옥석을 가려서 동료를 찾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