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금방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 Business model은 흠잡을데 없었고
- Cash flow 계획도 완벽했으며
- 회원 유입과 앱 다운로드 등의 외형적인 수치도 순조로웠고
- 찾아다니지 않아도 사업을 같이 하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성공이라는게 저한테 순순히 찾아올리가 없었습니다.
입사 초기부터 계속 문제가 되어왔던 외주 업체의 횡포를 막지 못하니 사업적으로 위기가 닥쳐도 헤쳐나가는게 몇곱절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회사들의 경우에는 상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도록 문제가 악화되기를 기다렸다가 대안을 제시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의 경우에는 회피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었습니다만 회사의 기반이 취약한 스타트업에서는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 회사가 문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서 기존의 처신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일이 진행되도록 대응을 해야 하는 점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업의 위기가 닥쳤을때 생존을 위해서라면 비용을 절감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버티기 모드로 가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서비스 초기 성장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고전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과감하게 비용을 올인하는 베팅을 했습니다.
사업과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 발굴해오는데, 개발에서 연동 개발을 비롯한 일정과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지 못하니 계약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는 상황에서 더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하에 마지막 남은 투자금으로 다른 외주 개발 업체를 섭외했습니다.
어쩌면 다음달에 또는 내년초에 월급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 서비스로 연말까지 어느 정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운영 자금이 확보된 이후에 내년 초에 내부 개발팀을 셋업하고 사업 확장을 하는 시나리오였습니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서비스 지표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서 내부 개발팀 셋업 일정을 앞당겼고 계획된 비용 지출을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회사 운영비 확보를 위해서 마련해둔 또다른 사업 아이템은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로 인해서 한달이 될지 두달이 될지 아니면 영원히 좌초할지 모르는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당연히 될 것이라고 믿었던 cash flow에서 틀어지니 충격의 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걱정하고 회사 cash flow를 고민해본적이 없었는데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서 불안감과 함께 웬지 모를 짜릿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게 스타트업인 것 같습니다.